126_YJ_148_HR_Th_149

정신 없이 바쁜 임원은 실패한다

임원은 유능하다고 평가받은 직원들이 올라가는 자리다. 하지만 이들이 막상 임원이 되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임원의 자리에서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임원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과 팀원의 역할은 다르다. 임원은 큰 그림을 그리고 팀원들이 이를 채워 나가야 한다. 그런데 임원이 된 뒤에도 팀원의 업무처리 방식을 답습하면 임원 안착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임원이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면 오히려 팀원과 불협화음만 발생한다. 또 팀원은 개인별로 성과가 측정된다. 하지만 임원은 다르다. 팀의 성과가 곧 자신의 성과다. 임원이 자신을 드러내고 성과를 챙기면 팀워크는 깨지고 만다. 임원은 한 발자국 뒤에서 팀원들을 지원하는 자리다. 팀이 함께 성공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차피 팀의 성공이 임원의 성과로 돌아온다. 절대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에이미는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소비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자리를 옮긴 뒤 처음부터 스타 직원으로 주목을 받았고 2년 반 만에 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재능과 실적을 인정받아 마침내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녀는 주요 제품라인 두 곳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고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갈수록 버거움이 느껴졌다. 점점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렸지만 세부사항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다. 번번이 예상과 어긋나는 결과가 빚어졌다. 이에 따른 문제들을 또다시 해결해야 했다. 에이미의 상사는 그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실적이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임원으로 승진시켜서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를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리더십 전문기관인 창의적 리더십센터(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CCL)의 조사에 따르면 신임 임원의 40%가 18개월 이내에 실패했다. 핵심은 역할변화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패한 임원들의 전형적인 모습은 대체로 이렇다. “이전 역할을 그대로 반복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내부 직원들과 보낸다. 업무 범위와 담당해야 할 직원이 늘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일일이 지시한다. 당연히 시간이 부족하다. 간섭을 싫어하는 일부 직원들과 마찰까지 빚어진다. 잘 아는 분야 이외에는 업무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사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업무성과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떠한가?

임원 승진은 유능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능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임원에 올랐지만 앞만 보고 옆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리더십 전문가인 스콧 에블린의 저서 <무엇이 임원의 성패를 결정하는가>는 임원으로 성공하기 위해 ‘취하고 버려야 할 행동과 사고방식 9가지’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누구나 임원 승진은 첫 경험이다. 미지의 세계다. 미지의 세계를 건너기 위해서는 4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무의식적 무능(unconscious incompetence)이다. 마음은 편하다. 무엇을 모르는지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의식적 무능 단계(conscious incompetence)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은 인식한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알려고 하고 배우려 하며 변화하려고 한다. 고통스럽지만 학습이 일어나고 역할변화가 일어난다. 셋째는 의식적 유능 단계다. 무엇을 알아야 할지는 안다. 하지만 의식해야만 알 수 있고 자연스럽지는 않다. 마지막은 최고의 단계로 무의식적 유능이다. 아는 것이 몸에 밴 상태다. 신경 쓰지 않고 일을 해도 무리가 없고 이상이 없다. 자연스럽다.

임원은 두 개의 암초 사이를 걸어가는 존재다
임원은 성과와 인간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동안 성과는 인간관계 때문이 아니라 개인기의 도움으로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단기적 성과가 아닌 지속적인 성과를 내야 임원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료, 상사, 전체 직원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관계의 핵심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다. 자신감이 사라지면 불안하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삐딱하게 볼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도 순수하게 보지 못하고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도움이 된다. “임원이 됐다는 것은 이미 전문성에서 능력을 입증받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전문성을 입증하려고 하지 말라. 대신 역할이 바뀌었고 새로운 역할에서도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새로운 역할은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배우는 자세를 통해 자신감을 획득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새로운 팀과 일하는 것은 불편하다. 하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면 자신감을 빨리 가질 수 있다. 자신보다는 자신이 이끄는 팀에 의존해야 한다. 부하직원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대신 자신의 미래를 이끌어줄 동료로 인식해야 한다. 부하직원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하직원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 때로는 자신의 직감을 믿어야 한다.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가는 데 본능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1대1의 대화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회의 중에 당당하게 물어볼 수도 있다.” 핵심은 균형이다. 임원의 우수함을 보여주려고 지나치게 나서면 상대가 등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맡은 역할에 겁을 먹고 상대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두 개의 암초 사이를 잘 비켜가야 한다.

스케줄에 빈칸을 남겨야 한다
한자에서 바쁠 망(忙)을 보면 바쁘다는 것은 정신이 없다는 것과 동의어다. 정신줄을 놓았다는 뜻이다. 임원이 너무 바쁜 것은 뭔가 제대로 역할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원은 실무자가 아니다. 실무진이 일을 제대로 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임원의 몸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늘 최상의 상태로 일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성공한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대신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해야 한다. 핵심은 ‘빈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첩에 스케줄이 빽빽할 때 만족하는가? 듬성듬성하면 뭔가 불안한가? 누구나 그렇지만 임원이 되면 예기치 않은 일이 자주 발생한다. 원래 하려던 계획에 더해 예기치 않았던 일이 몰려온다. 예기치 않은 급한 일 때문에 원래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하고 자꾸 일이 쌓이고 밀리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실무자일 때와는 달리 당신의 결정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잘못된 의사결정은 또 다른 일을 만들고 또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을 추가로 써야 한다. 결과는 만성적인 시간 부족과 탈진이다. 당신도 지치고 조직도 지쳐 나가떨어진다. 조금씩 조직에서 “임원의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문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어떻게 해야 할까? 스케줄에 빈 공간을 남겨야 한다. 숨구멍을 뚫어야 한다. 과로하거나 절박한 느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비움은 단순히 시간을 비워 놓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제대로 일을 하는지 돌아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득 차 있는 컵은 컵으로서 효용성이 없다. 스케줄이 빽빽한 임원도 마찬가지다. 너무 바쁜 임원은 예기치 못한 일에 대응할 수 없다. 부하직원의 요구에 응할 수도 없다.

무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무심히 무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일을 떠나 제3자의 입장에서 일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단 하루만 업무와 관련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더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고 더 잘 소통할 수 있다. 긴장을 풀 수 있다. 새로운 관점을 위해서는 언제 자신이 최적의 상태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몰입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최적 지점에서는 누구든 최고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한다. 이런 지점은 지루함과 스트레스의 중간쯤 위치한다. 무대에서 추던 춤을 중단하고 가끔 무대 위로 올라와 무대를 볼 시간을 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를 위해 일정에서 늘 빈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

소통의 달인이 돼야 한다
소통은 단순히 말을 많이 하고 유창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늘 다른 사람 입장에서 사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말을 하면서도 이 말을 듣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말하는 시간과 듣는 시간 사이의 비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말을 줄이고 듣는 시간을 늘리되 적절한 질문을 통해 상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소매형 커뮤니케이션에서 도매형 커뮤니케이션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매형은 한두 사람과 얘기하는 것을 말하고, 도매형은 많은 사람과 동시에 얘기하는 방식이다. 임원이 되면 상대해야 할 사람이 증가한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과 동시에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이다. 소수의 인원과는 별 문제가 없지만 다수의 인원 앞에서는 헤맬 수 있다. 훈련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부하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못지 않게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디. 상사는 당신보다 더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와 대화할 때는 의도와 초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상사의도를 파악하고 당신 뜻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요령 중 하나는 사전에 어떤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편한지 상사에게 확인하는 것이다. 어떤 정보를 얼마나 자주 제공하고, 어떤 방식이 편한지 확인해야 한다. e메일이 편한지, 구두보고가 편한지, 문자로 해도 되는지, 어떤 정보를 어느 정도 상세하게 원하는지, 긴급보고를 원하는 사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임원이 된 후 상사의 지나친 간섭을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상사만의 잘못이 아니다. 간섭이란 역으로 생각하면 상사가 궁금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당신의 잘못이 클 수 있다. 미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상사 의견을 묻고 상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고를 주고받으면 쓸데없는 간섭을 피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Share on Google Plus

Leave a comment